"나는 모든 것을 본다." 그녀가 저주라도 받은 것처럼 말한다. 눈부신 햇살, 맑고 푸른 하늘. 바다는 난간 조각으로 둘러싸여 고요하다. 윙윙거리는 목소리. 바다가 폭포처럼 수직으로 세워져 있다는 사실이 아니었다면 평화로운 순간이었다. 뒤집히고 흔들리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이미지들이 몰아친다. 보트 안의 사람들, 물속에서 비명소리, 구명조끼, 비상휘파람 소리. 태양에 의해 주조된 형광 주황색 기하학적 모양. 더 이상 수평선도 없고 하늘도 없고 위아래도 없고 깊고 붙잡을 것도 없다. 심지어 시간의 흐름도 멈춰서 잔혹한 현재로 수축한다. 그녀는 촬영을 하고 말을 한다. 어쩌면 그에게, 그녀 자신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운동복 바지와 청방지를 입은 다리들이 떠다니면서 모여든다. 나비가 그려진 블라우스, 물속에서 날개가 펄럭이는 것 같다. 코트의 뱀처럼 생긴 벨트, 구겨진 플라스틱 컵, 담배 한 갑. 다 엿 먹어! 그녀는 말하고, 화를 낸다. 그리고 피곤함과 추위, 구조가 없을 거라는 사실과 싸우기 위해 촬영을 한다. 죽어가는 걸 이겨내기 위해서, 단지 무언가가 남아있기를 위해서. (2021년 제18회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