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덕사에 선율이라는 승려는 그의 과업인 ‘대품반야경’을 이루기 위해 정진 중이었다. 그러던 중 선율은 저승사자들의 착오로 계획보다 일찍 이승을 떠나게 된다. 이에 과업을 이루지 못한 선율은 억울함에 염라대왕을 찾아가 이승에서 반드시 이뤄야 할 일 있다고 말하자 염라대왕은 그를 다시 이승의 세계로 돌려 보내준다. 저승에서 이승의 길을 찾던 선율은 신라에서 온 ‘혜령’이라는 여인을 만나게 되는데, 그녀는 부모의 잘못으로 저승에 와서도 고통을 받고 있으니 이를 벗어날 수 있도록 선율에게 부탁을 한다. 하여 선율은 그녀의 부탁대로 이승으로 돌아오자마자 그녀의 부모를 찾아가 훔친 논을 돌려주도록 하고, 그녀가 이승에 있을 때 만들어 놓은 참기름은 기름불로 쓰도록 하고, 베는 선율이 ‘반야경’ 작업을 하는데 쓰도록 했다. 그러자 혜령은 사람들 앞에 나타나 이젠 저승에서도 편안하게 살게 되었다며 선율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는 이내 사라졌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도와 ‘반야경’을 완성 시켰고, 선율은 편하게 저승의 세계로 떠나게 되었다. 그 책이 지금 동도(東都)에 있는 승사서고(僧史書庫)인데, 매년 봄과 가을에는 그것을 펴서 전독(轉讀)하여 재앙을 물리쳤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