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17일 새벽 4시 25분.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시작되고, 황급히 아파트 비상계단을 통해 대피하려는 주민들은 뜻밖의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 뿌연 연기 사이로 서 있는 한 남자가 대피하는 이웃들에게 막무가내로 칼을 휘두르며 잔인한 살상을 벌였다. 노인부터 어린아이들에 이르기까지 끔찍한 칼부림을 당한 피해자들은 사망자가 무려 5명, 부상자도 17명에 달했다. 사건 발생 당시, 범인 안인득을 체포하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단 12분. 그 사이 119와 112 신고접수만 40여 건이었다.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이웃들을 상대로 무차별적인 살상을 벌인 안 씨. 수사 결과 그는 2010년 ‘편집형 정신분열증(조현병)’ 진단받았던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치료는 꾸준히 이어지지 않아 2016년 7월을 끝으로 약물 복용도 중단된 상태. 이번 방화 ‧흉기 난동 사건 역시 그의 오랜 피해망상에서 시작된 사실이 밝혀졌는데, 이를 사전에 막을 방법은 없었을까? 안 씨의 형은 이번 사건이 벌어지기 전부터 심각성을 인지하고 동생을 병원에 강제 입원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하지만, 번번이 어렵다는 답뿐. 그 사이 안 씨의 망상은 더욱 심해졌고, 윗집이 자신을 괴롭힌다며 현관문에 오물을 뿌리고 미행하며 뒤를 밟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를 신고할 때마다 별다른 조치 없이 종결될 뿐, 이웃들은 그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는데, 안현모는 “위험 신호가 여러 번 있었는데 그 순간들을 왜 사전에 막지 못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분노했고, 이혜원은 “경찰의 조치가 좀 더 적극적으로 있었다면 무고한 사람들이 허무하게 목숨을 잃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